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 온라인 공간의 여성 혐오> - 윤보라



여섯 편의 글을 한 데 묶은 책


한 편 한 편 읽고나서 인상깊었던 구절과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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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난은 나쁜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참조해 사회적 필요에 따라 재구성되는 것이다.'개저씨'들이 아무리 많다 한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을 살해/폭행하는 남성이 뉴스에 등장한들, 불균형한 젠더 권력 속에서 이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남성들의 속성'으로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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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녀, oo녀... 김치녀, 된장녀 그리고 개념녀.

여러 텍스트에서 읽었듯 남성들은 여성을 어떠한 프레임에 끼워맞추려 한다.

아직도 기억난다. 

잠깐 오유를 드나들던 시절. 여성의 사치는 김치녀가 되고, 남성의 사치는 부러움이 되는 곳. 

남성이 비싼 취미 생활을 하지만 그 취미 생활을 이해해 주는 아내는 개념녀가 되는 곳 (하지만 그 여성은 사치를 해서는 안 된다. 남편의 사치만 묵인해줘야함.)

잠깐, 정말 잠깐, 그것이 옳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명품을 두르기만 해도 된장녀, 김치녀가 되는데,

남성은 몇 백 짜리 카메라 렌즈를 사고, 고가의 시계, 자전거 등을 물고빨고 해도 그게 된장남, 김치남으로 불릴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일까.


프레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여성을 옥죄고 있는 코르셋. 

더치페이를 하고 싸구려 가방을 들고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보세 옷을 입는 개념녀가 되기 위해 여성은 스스로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 것일까.

나는 김치녀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 욕먹지 않기 위해서. 혐오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들은 프레임 밖에서 더 공고히 프레임을 만들며 여성들을 가두고 있다.

더 작은 프레임, 더 갑갑한 프레임. 

여성들은 그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만, 그들에게는 누가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검열할 수 밖에 없는 프레임을 남성들에게는 누가 만들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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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야기의 표면에 흐르는 논리의 중심은 여성은 공적 노동시장에 적합하지 않고 한심한 존재라는 주장을 강박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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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여성을 혐오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진을 이어 붙이고, 자르고, 합성하고, 글을 올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만드는 이 병리성을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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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궁금하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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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클릭 몇 번이면 미성년자 성매매 후기, 공공장소에서 몰래 찍은 여성의 신체 사진, 불법 거래, 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사례 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짐짓 준엄한 얼굴로 여성 네티즌들의 윤리성을 문제 삼아 꾸짖는 모습은, 알몸으로 거리를 행차한 임금님과 보이지 않는 옷에 환호하는 행인들의 모습처럼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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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클럽 사태에 대해 쓴 글이다.

나도 그 때 카메라에 빠져 SLR 클럽을 거의 매일 드나들던 때이기 때문에 바로 그 때 현장에서 직접 겪었다.

아니.. 정확히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 겪었다. 그래서 나도 오유로 잠깐 전향했었고.

그 때는 여성시대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SLR클럽 사람들과 함께 여성시대를 욕했다. 

근데... 그 때도 아주 조금 생각이 든 게, 그 회원들이 뭘 잘못한 거지? 운영자가 잘못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 물론 곧 사라졌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다.

자기들의 신성한 커뮤니티에 탑시? 탑 시크릿? 이라는 새벽에만 잠깐 음란성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을 만들었다고 

그걸 그렇게 욕하고 매도하고 죽일 년들 취급을 하고 고소를 하려고 준비했다니.

사실 이런 음란의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본 캡처물은 자신의 성경험담을 농밀하게 풀어낸 글뿐이었는데.


근데 일반적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성희롱성 발언이 유머화되어 소비되고 있는 것은? 

여성을 소비하고 대상화한다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게시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데 거기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이 시시덕거리다가

여성이 성에 대한 글을 올린다고 (성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성을 즐기려 하는 글) 발작하는 것처럼 깜짝 놀라 모두 함께 그들을 욕하고 매도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다.




어쨌든,

좋은 글이다.

oo녀, oo녀로 다양하게 지칭되던 한국 여자들에 대한 oo녀 프레임이 김치녀까지 이르게 된 것과 

남성 커뮤니티들에 대해 쓰여져 있다.

아직 깜냥이 부족해 이 글을 통달하여 소개할만큼의 글은 못 쓰겠다.

그래서 그냥 우선 내 생각 위주로, 내 느낀 점 위주로.


이 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쓰려면 여러 번 읽어야 할터인데.

한 번 더 읽게 되면 이 포스트에 덧붙이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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