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중독 - 엄기호, 하지현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목차


대담을 시작하며 공부가 식민지가 된 삶에 대하여 _엄기호


1부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


죄수의 딜레마

무한 루프, ‘공부 중’이라는 푯말을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만능감

썸, 밀당, 관계는 어떻게 배우죠? 

‘남들’의 부재 

머릿속 세계의 완전성과 현실의 불완전성 

결정적으로 의견 없음

정답을 찾아, 구경하는 공부

오직 매뉴얼 

공정함에 대한 집착, 오버 퀄리파잉 사회에서 살아남기 


2부 누가 공부에 욕심을 내는가?


486세대의 성공 판타지 

1차 방정식에 고차 방정식으로 

학교는 탁월한 아이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상위 4.5퍼센트가 평균인 사회

공부적 방법론의 식민화

삶이 사라지는 공부 


3부 중독에서 해독으로


공부 디톡스

대학 진학, 중산층 지식인들의 게임 

절박한 자들의 정의롭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 

아랍 왕자만 이길 수 있는 판

인풋 대비 아웃풋의 비참한 결과 

중독에서 소외된 학생들의 또 다른 고통 

삶의 테크네,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 

다시 대학의 문제로 

이 미친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대담을 마치며 공부라는 블랙홀에서 탈주하기 위하여 _하지현



공부/교육에 미친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풀어내었다.

우선 대담 형식이라서 읽기 편하고, 책의 구성이 잘 된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 내용을 따라 가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요즘 편집자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런 구성에 또 눈이 가네 ㅎㅎ 


우선 목차에서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목차가 이 책의 내용들을 아주 잘 요약하고 있다. 


우선 처음으로,

피동적으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고, 교육 '당'하고, 그래서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없고 계속 배워야만 할 것 같은 현 세대에 대해 얘기한다. 지금 젊은 세대, 그리고 그 아랫 세대들도 포함되는 얘기겠지. 

아주 당연한 것조차 교육시켜야 하는 세대. 


나도 이 책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공부 잘한다 잘한다 얘기 들어오고 실제로 잘하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때면 피동적으로 들었던 기억. 

교수님이 얘기하시고 설명하시면 끄덕끄덕, 책 따라 가고 교재 따라 가고. 내 의견은 갖고 싶지 않고 알려주는 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는 내 주장도 강하고 토론도 좋아한다 등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거 두렵다. 내 의견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갖고 있다. 

이게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거신가요 ;ㅅ;


나는 우연찮게 공부가 잘 맞았던 타입이지만 내 아이를 억지로 공부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나도 공부를 강요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조금은 다행인 부분. 나의 점수에 별 관심 없는 부모님과 중고등학교를 마침 외국에서 다니게 되어 사교육의 피해도 받지 않았다. 사실 한국에 있었으면 꽤나 빈곤층이었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았을 듯. 나의 언니가 그랬듯이.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집에 돈이 없어서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것은 또다른 슬픔이고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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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접적인 이유 외에도 졸업을 유예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는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불안이에요.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소속이 안 되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 처음으로 소속이 사라지는 거죠. 당연히 불안하죠. 다른 말로 하면 제도적으로 무중력 상태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제도에 속하지 않으니 자기가 뭘 하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도 안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해도 뭔가를 하는 것 같거든요. 학교에 있으면 공부를 안 해도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제도 밖에서는 뭘 해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거죠. '중력감'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공중에 붕 뜨는 거죠.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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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백수가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6개월 정도.

여행도 다니고 참 좋았었는데, 결국 다시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 나왔듯이 소속감이 없던 것을 못 견뎌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 단락의 포인트는 이해할 수 있다.

백수 시절 여행 다닐 땐 직업 란에 쓸 말이 없단 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결국 '무직'으로 써냈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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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보상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들에게는 세상이 안 공정한 거예요. 나는 죽을 둥 살 둥 공부해서 서울대 왔는데, 그리고 또 죽을 둥 살 둥 공부해서 정규직이 됐는데 비정규직으로 온 사람들이 갑자기 데모하면서 정규직화해달라 그러면 너는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아왔는데 그런 요구를 하느냐, 생각하죠. 이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우리는 차별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이들의 경험 세계에서는 차별을 정의롭지 않다고 보는 게 공정하지 않은 거예요. 이 이야기는 오찬호 씨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 잘 나와 있죠.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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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찬성합니다.... 차별에 찬성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고, 여기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까.... 헬조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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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은 논문을 쓰는 교수, 강의를 잘하는 교수, 책을 쓰는 교수, 프로젝트를 잘하는 교수 등등 더 다양한 형태의 교수가 필요한데, 학교랑 똑같아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논문 기계들만 임용되게 되는 거죠. 결국은 이 공정함이라는 게 어떤 공정함인가, 누구를 위한 공정함인가, 라고 질문할 수밖에 없어요.

이 판타지는 정말 안 깨지는 것 같아요. 이게 마치 모두를 위한 공정함이라고 생각하죠. 이게 모든 사회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서도 다 공정하게 돼야 하고, 그게 공부였고, 공부하는 방식이고, 평가하는 방식이고 그런 식으로 가는 거죠.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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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모두가 공부해야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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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기가 그린 최선의 궤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더 이상 트랙에 머물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자동 탈출 버튼을 누르듯 뿅 하고 튕겨져 나간 사람들도 나름의 갈등이 있어요. 완전히 히키코모리같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노력을 해요. 그게 또 공부입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거니? 도대체 뭘 하려고 그렇게 가만히 있니? 뭐라도 해봐" 이렇게 얘기할 때 부모도 받아들이고 자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공부예요. "저 공부해요" 이렇게 얘기하면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해요. 예를 들면 "저 사업 좀 하려고 알아봐요", "저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거 좋아했는데 요리사 되려고 일단 알바로 주방에서 일 좀 배워보려고요" 그러면 "뭣하러 그런 걸 해"라는 반응이 나오죠. 그런데 "9급 공무원 시험 준비할게요", "편입 준비할게요", "유학 준비할게요" 이러면 모두가 "어 그래" 이렇게 얘기하고, 확대가족을 만났을 때도, "애 뭐 해?" 그러면 "공무원 준비한대요" 그러면 "아 그래?" 그러면서 다 넘어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발달의 궤적에서 멈춤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모두가 "어 그래" 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은 '공부하는 중'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공부라는 것에 더 몰입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p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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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하면 모든 것이 용인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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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출현하려면 하나가 없어져야 해요. 바로 사회적 압력이죠. 표준화된 삶의 시나리오에 대한 압력이 사라져야 해요.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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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된 삶에 대한 사회적 압력으로 인한 공부 중독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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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캠퍼스냐 지방 캠퍼스냐, 수시냐 정시냐, 지역균형전형이냐 학교장 추천이냐 하는 식의 비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이런 모든 부분들이 엄청나게 투자한 결과로 내가 얻게 된 자리이기 때문에 차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지금의 젊은 친구들을 굉장히 보수화시키는 측변이 있고요.

지난 백 년간의 교육 시스템의 정수는 많이 아는 자가 성공하고, 성공한 자는 능력 있는 자다, 공부는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못한 자는 무능한 자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다, 라는 생각이에요.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환해버리는데, 그것이 공부 능력으로 국한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가치'로까지 확대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공부를 못하면 사회적 발언권도 없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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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회

슬픈 사회다




이 공부 중독 사회에서 공부에 중독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들은 해독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선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공부로 환원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재밌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해! 대학원 가서 더 배우고 싶어! 라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필요하면 책 사서 읽고, coursera같은 인터넷 강의를 듣는 정도로 만족해 보기로.

또한 취미 생활에 대해서도 무작정 학원을 다니고 어떠한 과정을 수료하고 수료증을 발급 받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모든 것을 공부해야만 할 것 같은 사회에서

공부하지 않고 살아가기


재밌는 도전이자 나를 위한 도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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