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팀 가습기 살균 스티머 H-89HSE 리뷰/사용 후기
1년간 기숙사에서 사용해 본 후기
- 가습은 잘 되는 것 같다. 방문이랑 창문 닫고 자면 아침에 창문에 김이 서려 있다.
- 근데 청소하는 게 엄청 귀찮다.
- 도대체 가습기 청소 어떻게 하는 거임? 녹도 아니고.. 그냥 물때도 아닌 것 같고.. 뭔가 점점 더러워지는데 어떻게 닦아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귀찮아서 2주일이 지나 가습기를 열면 헬... 아.. 헬이다... 점점 더 더러워져 간다.
- 부피가 커서 귀찮다. 옷장이나 책장 위에 올려서 보관할 수 없다.
10월이 되니 기숙사 방이 많이 추워졌다.
전기장판이 없어서 방이 너무 추워 히터를 틀고 싶었으나 룸메이트는 전기장판이 있어 히터를 틀 이유를 크게 못 느끼는 듯 했다. 하긴, 히터를 틀면 굉장히 많이 건조해진다. 안그래도 건조한데 히터를 틀면... ㄷㄷ 피부가 쩍쩍 갈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좀 추워도 수면 양말, 수면 바지 세트를 갖춰입고 이불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며 있던 몇 주간. 결국 나는 히터를 자유롭게 틀기 위해 우리 방을 위한 가습기를 알아봤다.
내가 원한 가습기는 미니 가습기가 아닌 큰 가습기.
내가 히터를 틀어도 건조해진 방 때문에 룸메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가습이 빵빵하게 잘 되는 가습기를 원했다. 그래서 애초부터 책상 위에 두고 쓰는 작은 가습기는 out!
어느 정도 큰 가습기 중에서 나의 미적 감각, 디자인적인 욕구를 채워줄만한 가습기를 발견하였으니 그 이름하야 LG 스팀 가습기 H-89HSE!
http://www.lge.co.kr/lgekr/product/detail/LgekrProductDetailCmd.laf?catid=6200&prdid=EPRD.284690
아주 쌔끈하게 생겼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12만원정도 하길래 이전 모델을 찾아보았으나 그런 건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 결국 나는 LG의 신제품 스팀 가습기를 12만원을 주고 샀다.
1. 근데 배송 빨리 안 옴. 주문은 롯데닷컴에서 2014-10-24에 했는데 배송 날짜는 2014-10-30으로 뜨더라. 이미 여러 리뷰를 탐독한 (많진 않았지만) 나는 춥고 건조했으나 그 정도는 견디기로 했다. 28일에 배송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으나 기숙사에 살고 있는 나는 어디 맡아줄 데도 없고 해서, 또 하필 그 날, 그 다음 날은 직접 받을만한 여건이 안 되어서 배송 날짜 그대로 10/30에 받았다. 택배도 아닌 LG 기사분이 직접 오셨다.
서랍장 위를 깔끔하게 치우고 가습기를 올려봤다.
오래 기다렸지만 뿌듯했다.
드디어 히터를 빵빵하게 틀 수 있겠구나!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겠어! 기대된다!
뭐, 이미 리뷰로 접했다시피 수증기는 눈에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근데 좀 귀찮은게 일주일에 두 번 청소하라네? 저 큰 가습기를?
기숙사에서 저 가습기를 들고 화장실까지 가서 물 버리고 청소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지만, 우선 빵빵한 가습을 위해 그 정도는 참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2. 마침 룸메가 그날따라 출장을 가서 가습기와 히터를 같이 틀고 하룻밤을 자보았다.
근데 겁나 건조함. 뭐지... 취침모드로 해서 그런가...
히터를 '중'으로 틀어놨었는데 촉촉해질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그대로 건조하니까 우선 히터를 '약'으로 낮추고 잤다. 건조함을 측정하는 수단, 나의 코.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건조하군... 그래도 히터를 '약'으로라도 틀고 자니 좀 따뜻했다. 감동 ㅠㅅㅠ
근데 그럼 이 가습기는 한 일이 대체 뭐지. 크기와 가격으로 치자면 한 가정에서 사용할 법한 가습긴데. 그럼 그 큰 아파트의 거실은 어떻게 가습을 한단 말인가! 나의 이 작디 작은 기숙사 방구석 하나도 제대로 가습해주지 못하는 가습기 주제에!
3. 가습이 되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 우선 침대 맡으로 가습기를 옮겼다.
이래봬도 꽤나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위치가 아닌 곳에 있는 물건들을 싫어한다. 튀어나와 있거나... 그런 것들.
하지만 너무 건조하니 어쩔 수 없지. 가습기의 자리를 옮겼다.
뭘 기대했겟나... 마찬가지다. 건조하다.
히터를 틀고 가습기를 틀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룸메가 자신의 미니 가습기를 틀어놓고 자고 있더라. 미안했다. 이 12만원짜리 대빵 큰 가습기는 내 룸메의 2만원짜리 미니 초음파 가습기보다 못하군! 초음파 가습기는 입자라도 커서 얼굴에 직빵으로 물입자를 쏴주기 때문에 적어도 얼굴만은 촉촉할 수 있다고! 호흡만은!
이 가습기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청소를 요하면서 그에 따른 효과는 내주지 못하고 있다.
LG... 왜 이렇게 만들었니...
이쁜데. 스팀 가습기지만 뜨거운 증기가 아닌 따뜻한 증기가 나오는 건 참 좋다만...
4. 혹시나 해서 롯데닷컴에 반품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역시나 사용한 물건은 반품 불가. 하자가 있으면 AS 센터 확인 후 반품이 가능하다고 한다. 내 생각엔 이건 하자까진 아닌 것 같고, 그냥 덩치 값 못하는 가습기에 불과한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나같은 빵빵 가습을 기대한 호갱님은 12만원 짜리 애물단지를 고이고이 모시고 일주일에 두 번이나 청소까지 해주면서 춥고 건조한 겨울이 지나가길 기대할 수 밖에 없다.
* 이 리뷰는 제 돈을 들여서 산 가습기에 대한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어떠한 압박도 받지 않고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아, 내 12만원. 힘들게 돈 벌어놨더니 이런 식으로 지갑을 털리는구나.
ps 1. 그래도 장점인 듯한 점은. 스팀이 따뜻해서 스팀팩 할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렇게까지 내 얼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아서 스팀팩 따위 하지 않지만.
또 하나 장점은, 역시 스팀이 따뜻해서 아이 있는 집에 좋을 것 같은 느낌. 심지어 잠금 기능도 있다.
ps 2. 근데 또 치명적인 단점 하나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난 사실 기숙사라서 별로 신경 안 쓰고 팡팡 틀려고 산 건데... 덩치 값은 못하고... 나중에 내 집에서 사용한다면 이 가습기는 정말 애물단지가 되는 것인가. 몸 값도 비싸, 전기도 많이 먹어.
* 하루종일 룸메 가습기와 내 가습기를 트니 그나마 좀 나은 것 같다.